2026 ACC 미래상: 김영은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 2026.
김영은,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 2026, 115.4채널 사운드, 3채널 영상, 조명, 6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 지원.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이동하는 소리》는 아시아의 이동과 이주를 청각적으로 경험하는 전시다. 과거의 시 낭송 소리를 복원해 나가지만 이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원본이 부재한 자리를 문헌학적 추정과 전승된 낭독 관행을 바탕으로 구성하며, 새로운 아시아의 음향 풍경을 제안한다.
이번 작업에서 김영은은 식민 역사와 전쟁 등 아시아의 복잡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이동과 이주의 경험을 노래한 시(詩)에서 출발해, 시 낭송의 음성성에 주목하며 과거의 소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 고대에서 근대를 아우르는 시의 화자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난길에서, 망명지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서, 국경 근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들의 서사는 국가와 민족의 구분 이전, 인간이라는 자리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사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 집단, 그리고 시각이 다른 감각을 압도해 온 위계 속에서 기록되어 왔다. 작가는 이러한 권력을 걷어내고 듣지 못한 역사를 다시 청취한다.
재구성을 위해 작가는 이 시들이 과거 소리 내어 읊는 낭송의 전통 속에서 구전되거나 구송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낭송은 몸의 호흡과 청각적 리듬을 통해 체득되는 읽기 방식으로, 옛 학인들이 경전과 문학을 암송하는 중요한 학습법이었다. 그러나 식민지배와 근대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이러한 낭송 전통은 점차 쇠퇴했고, 오늘날에는 그 음성적 실천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김영은은 자료 조사와 연구,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문헌학적 근거를 축적하며 과거의 음성성을 추정해 나간다. 이를 토대로 각 시의 원문 언어권 출신이자 이동과 이주를 경험한 작곡가들에게 작곡을 의뢰해, 시를 새로운 소리로 재발화한다.
총 아홉 편의 시는 아홉 명의 작곡가의 해석을 거쳐 전시장에서 115.4채널의 스피커를 통해 입체적인 소리로 재생된다. 압도적인 음향 환경에서 관람객들은 온몸으로 작품을 청취하며 시의 화자와 정서적으로 공명한다. 과거의 낭송을 추정한 소리가 들리지만, 추정 자체가 이 작업의 목적은 아니다. 원본이 부재한 과거 소리의 완전한 복원은 불가능하기에, 전시장을 타고 흐르는 소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아시아의 소리를 현재에 울려 퍼지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청취가 펼쳐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구작전시: 김영은의 소리, 그리고 청취의 탐구 여정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 2011.
〈맞춤벽지음악〉, 2014.
〈밝은 소리 A〉, 2022.
〈붉은 소음의 방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