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도 달콤한
이매리
〈지층의 시간〉, 2015~현재.
혼합매체, 가변크기
이매리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인류학적 시선으로 탐구해왔다. 작가는 특히 인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땅’을 인류사(人類史)의 모든 기억을 담고 있는 저장고로 보고, 이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종의 ‘발굴’ 행위를 통해 지나갔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의 시간들을 현재로 소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땅’은 인류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부터 인류가 탄생하고 문명의 발생과 더불어 국가와 민족, 제국들의 흥망성쇠에 관한 대서사를 켜켜이 품고 있고 있는 지층의 시간이다.
작가의 고향인 강진은 작가의 유년시절이 깃든 곳이면서 고려시대 사찰 월남사 터가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큰 가람의 터를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은 2014년부터 작업한 각 나라의 민족시를 낭송하는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인 의 동일 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가람의 터를 사진으로 기록하여 인쇄 후 그 위에 금분으로 구약성경의 구절을 필사한 작업이다. 작가는 마치 수행하듯이 매일매일 같은 시간과 자리에서 일상적으로 필사를 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한다. 그리하여 과거가 없으면 현재의 인간 실체도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고 지속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평행하는 땅의 역사를 추적하며 인간 존재와 실존에 몰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