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일정 2023.09.14. - 2023.12.31.
-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로비 오픈홀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시간적인 여유, 행동을 하기 위한 기회, 사람들 간에 생기는 거리 등 ‘틈’은 공간적, 시간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무언가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연결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틈에 대한 표현을 자주 쓰듯 틈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그러나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틈은 작고 짧다. 주요 공간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 숨 한번 돌릴 수 있는 찰나의 순간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너무 작고 짧아서 모두의 주목 밖에 놓인 것들을 우리는 틈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2023 ACC 공모 전시 《틈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극장과 전시관을 잇는 예술극장 로비에 위치한 오픈홀의 매개적 특성을 활용하여 기획되었다. 오픈홀은 주로 공연을 관람하기 전 대기하거나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나, 공연일을 제외하고는 활용되지 않는 틈과 같은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전시관 대신 열린 공간인 오픈홀에 작품을 설치한다. 이로써 예술극장과 전시관을 연결하는 사이 공간으로서의 오픈홀의 가능성과 틈의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조망하고자 한다.
이에 2023년 2월, ‘틈’을 주제로 작가 공모를 진행하였으며 이은정, 유지원 작가를 최종 선정하였다. 두 작가의 작품은 틈의 공간적, 시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은정은 나무 이미지를 인쇄하고 그 사이사이를 바느질로 봉합해 ‘틈’을 만들어냈다. 이 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를 마련하며 연대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지원은 겹겹이 쌓은 건축용 특수 판지를 찢거나 뜯어 파편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인위적인 틈을 만들어 자본주의의 환영에 갇힌 이들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관이라는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난 두 작가의 작품은 틈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두 작가의 작품에 틈을 내어주어 보길 권한다. 현재를 살아가며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은 없는지, 무언가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틈을 마련해줄 것이다.
디지털가이드는 작품해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