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BA, <바람의 골짜기>
김슬기 / 예비교육인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바람. 이 작품, 마치 투명 인간에게 천을 뒤집어 씌워서 보이게 만든 느낌이랄까? 골짜기를 연상케 하는 U자 모양 천들. 해먹 같기도, 돛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너울너울 파도 같다. 너울너울. 갓난 아기가 세상을 볼 때 상이 뚜렷이 맺히지 않아 너울너울 본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우리는 때때로 뚜렷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사물을 분별하고, 옳고 그름을 나누고, 편을 가르고. 그러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굳는다. 때로는 어깨에 매 둔 짐이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가끔 힘을 빼고 너울너울 살아봐도 좋지 않을까? 고도 근시 시절, 안경을 벗고 흐린 시야로 세상을 보면 왠지 모를 자유가 느껴지곤 했다. 내게 오는 자극들을 모두선명히 느끼고 일일히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바람이 주는 편안함이 그런 감정이 아닌가 싶다. 두 눈 부릅뜨며 살아가는 우리. 때론 편안하게 그윽이 바라보자.
박예은 / 예비교육인
밖에서 바라 본 <바람의 골짜기>는 빛이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마치 은빛 물고기 같았다. 아래에 깔린 파란 카펫은 물고기가 사는 바다일까? 어쩌면 푸른 바다 속에서 잠깐 뛰어오른 은빛 물고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작품의 진가는 천이 만든 속 공간에 있었다. 바닥이 반사되어 푸른색을 띈 천들, 그 천들이 만든 곡선. 바람이 지나갈 때 들리는 마찰 소리가 모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온순한 바람이 골짜기에 들어서면 세찬 바람 소리를 들려주었고 은빛 천들은 춤을 추며 거센 파도를 그렸다. 눈에 보이지 않던 바람이 내 눈으로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김의준/ 초등학교 5학년
작품이 매끈매끈할 것 같아요. 밖에서는 웅장한데 안에서 들어가 보니까 더 조그맣다는 느낌,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사람들의 성격을 표현한 것 같이 생겼어요.
이 재료가 반투명하잖아요? 그래서 밖에서 보이는 성격이 있고 안에서 느끼는 성격이 반반이잖아요. 그래서 성격이라고 했어요.
이여울/ 초등학교 4학년
작품이 거울 같아요. 트릭 거울. 안에서 볼 수 있고 밖에서 안 보이고!
작품이 폭포같아 보이기도 해요. 파란 계단에 앉아있을 때 바람이 들어와서 시원했어요. 은색 천 투명한 부분이 물 흐르는 것처럼 보였어요.
김도희 / 초등학교 6학년
계단에 앉아있으면 작품이 바다처럼 보여요. 파란색 계단 위에 반투명한 은색 천이 있는데, 그게 되게 파도 거품 색깔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