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헤매기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
〈발자취를 쫒다〉, 2023.
사운드 설치, 골판지, 어쿠스틱 폼,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지원. 작가 제공.
우리가 걷는 도시는 수많은 소리로 가득하다.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는 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에 관심을 갖고 그것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기억과 지각의 문제를 탐구한다. 〈발자취를 쫓다(Napak Tilas)〉에서 작가는 1998년 5월 인종 차별로 벌어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폭동과 1980년 5월 광주의 역사적 기억을 소리를 통해 추적한다. 과거의 경험과 오늘날의 경험을, 그리고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소리를 통해 연결 짓고자 시도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카르타와 광주, 두 도시를 걸으며 발견한 소리를 채집하고,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굴한다. 도시 간 기억의 교환은, 이렇게 수집한 소리들을 재료 삼아 새롭게 구성한 사운드스케이프에서 자카르타의 소리로 광주의 이야기를, 광주의 소리로 자카르타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인도네시아어 ‘Napak Tilas’는 과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나 경험을 되돌아보며 현재와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소리를 통해 우리가 지각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고향 자카르타와 작가가 새롭게 인연을 맺은 도시 광주라는 두 개의 다른 장소,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경험한 과거의 순간과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현재를 잇는다.
1. 광주의 기억
이 곡은 자카르타의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최근의 소리를 자료로 만들어졌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1980년 5월) 인터뷰, 저널, 다큐멘터리 등 대중매체에서 수집한 당시 시민들의 ‘청각적 상황’을 보여주는 데이터에 기반해 편곡됐다. 이 곡은 전남대학교에서 도청으로 향하는 행진에서 시작해, 시위 행렬의 걷기 여정을 들려준다. 전남대학교에서 군중과 함께 걷기 시작해 군경과 마주친 광주역을 지나 중앙버스터미널, 상가, 방송국을 거쳐 도청까지 이어지던 행진은, 결국 침묵으로 마무리된다.
소리 자료는 1998년 5월 자카르타에서 일어난 비극의 주요 장소로 꼽히는 지역에서 수집했다.
2. 자카르타의 기억
1998년 5월 자카르타에서 일어난 비극의 ‘청각적 상황’을 담은 이 곡은, 광주 도심에서 최근에 수집한 소리 자료로 구성되었다. 공공 저널, 인터뷰, 뉴스, 다큐멘터리, 개인적인 이야기 등의 데이터가 이 곡의 참고 자료로 사용되었다. 이 곡은 비극의 시작부터 트리삭티 대학 폭동, 클렌더 백화점에서 일어난 방화와 파괴 사건, 글로독 쇼핑가와 주택가에서 일어난 폭동 등을 간략하게 진술하고, 인도네시아 전역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둘러싸인 국회의사당 정부 회의실을 재현하는 침묵의 방 내부의 고요한 상황으로 끝이 난다.
소리 자료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로 꼽히는 지역에서 수집했다.
3. 그 사이 어딘가
이 곡은 광주와 자카르타 각각의 비극적인 장면 모두에서 유사하게 발생한 소리 형식과 소스를 병치하여 구성되었다.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가 〈발자취를 쫓다〉를 제작하며 자카르타와 광주라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두 개의 유사한 상황을 어떻게 소리 지각을 통해 연결했는지 보여준다. 일상적이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소리들로 1998년 5월 자카르타와 1980년 5월 광주의 ‘청각적 상황’을 추측해 재현한다.
쉬운 글 해설
발자취를 쫓다
- 작가 이름 미라 리즈키 쿠르니아
- 만든 때 2023년
- 작품 종류 다양한 소리를 녹음해 녹음한 장소의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설치 작품
- 작품 재료 골판지, 어쿠스틱 폼*
*어쿠스틱 폼 : 스펀지의 한 종류 - 작품 크기 가변 크기**
**가변 크기 : 전시마다 작품 전체 크기가 달라지는 것
이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발자취를 쫓다>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대한민국 광주에서 녹음한 소리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1998년 5월 자카르타에서는 인종 차별로 인해 시위가 일어났고,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도시에서 들리는 소리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서로 멀리 떨어진 자카르타와 광주를 소리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자카르타와 광주를 걸어 다니며 들리는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1998년 자카르타, 1980년 광주의 사건을 겪은 사람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녹음한 소리와 함께 광주의 이야기가, 광주에서 녹음한 소리와 함께 자카르타의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작가가 연결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자신의 고향인 자카르타와 새롭게 알게 된 도시 광주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카르타에서 경험했던 일과 오늘날 자신이 광주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들을 연결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 대한민국 정부의 독재에 반대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시위. 시위를 막으려는 정부의 폭력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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