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미래상 2024: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
〈딜리버리 댄서의 구〉, 2022.
단채널 영상, 25분
가상의 서울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여성 배달 라이더가 등장해 시공간의 뒤틀림과 가능세계를 경험하는 영상작품이다. 작품은 실사 촬영, 게임 엔진, 라이다 스캐닝으로 재구성한 도시공간, 3D 스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딜리버리 댄서’가 지닌 다중 현실적 면모를 드러낸다. 주인공인 에른스트 모는 배달 플랫폼 회사 ‘딜리버리 댄서’의 소속 라이더로, 미로 같은 서울의 지형을 누비며 최단 거리와 최단 시간을 목표로 배달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딜리버리 댄서 앱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댄스마스터’가 만들어낸 위상학적 뒤틀림과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에른스트 모는 자신과 완벽한 동일한 외모의 엔 스톰을 때때로 마주하게 된다. 두 인물의 만남은 알고리즘 연산의 예기치 못한 파열과 우발성으로 설정되며,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에른스트 모의 시간은 자꾸만 느려지고 배달지연 현상에 빠지게 된다. 모든 경로를 계산하고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의 무한 생성 회로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은 속도와 생산력을 위해 최적화를 요구당하는 현실 속 개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 작품은 폭주하는 신자유주의와 플랫폼 노동이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우발적 사고로서의 가능 세계를 다루는 사변적 픽션이다. 가상과 현실의 네트워크가 얽힌 세계 안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스템, 감시와 통제, 동기화된 신체, 노동, 욕망이 교차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와 접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