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시각적 해설
석운동 시각적 해설
작품 제목: 둑
작가 이름: 석운동
만든 때: 2024년
작품 종류: 설치
작품 재료: 목재
작품 크기: 가변 크기(전시에 따라 작품 전체 크기가 달라짐)
작가는 강물에 밀려온 돌과 모래가 쌓이고 깎이며 자연스레 생겨난 ‘강둑’을 닮은 벤치를 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거나 아랫부분이 움푹 파인 등 다양한 모양의 벤치들이 설치돼 있다. 등받이가 없는 벤치들은 홀로 놓여있기도 하고, 여러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긴 벤치가 되기도 한다. 벤치는 여러 사람이 앉는 긴 의자를 뜻하지만, 운동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는 선수가 대기하는 자리와 같이 행위자의 수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작가는 벤치의 어원이 둑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벤치의 수동적 의미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강둑은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자리다. ‘역사는 흐르는 강물’이란 표현처럼 민주화의 현장이 된 옛 전남도청은 1980년의 광주라는 깊은 홈 위에 퇴적된 둑과 같다. 행위자들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고, 모인 사람들이 무언가를 나누는 자연스러운 생산의 장소라는 점에서 그렇다. 작가는 강물에 밀려온 돌과 모래가 강둑을 쌓아올리듯 적극적 앉기를 위해 필요한 ‘기울기’를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