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김동희
〈망루〉, 2024.
설치, 금속 파이프, 목재 패널, 유리, 가변 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 지원. 작가 제공.
〈해변〉, 2024.
설치, 옛 전남도청 건물 조각, 모래, 천막지, 가변크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작 지원. 작가 제공.
김동희는 작가이자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도시의 건축이나 시설 구조물의 재료 및 형태를 참조해 공간에 반응하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 일시적으로 투명 혹은 반투명한 레이어처럼 스며드는 그의 작업은 잠시 부유하듯 떠다니는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려는 욕구와 연결된다.
<망루>와 <해변>은 옛 전남도청을 복원하기 위해 설치된 하얀색 가설 울타리와 연결돼 폐장한 겨울철 해수욕장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겨울 해변에는 강한 바람에 의한 모래 날림을 막기 위해 흰 비사 방지막이 덮여 있다. 작가는 비사 방지막이 깔린 겨울 해변 위를 인명 구조용 망루가 덩그러니 지키고 있는 풍경을 모티브로 작품을 제작했다.
<망루>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관측·구조 망루, 영역의 경계에서 동서남북 전체의 풍경을 조망하는 망루, 그리고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시설로서의 망루가 지닌 외형적 특징들이 뒤섞인 형태를 표현했다. 비사 방지막 위에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에서 수집한 콘크리트와 파벽돌을 놓은 <해변>에서는 과거 공사라는 밀물로 인해 사라졌던 모습이 복원 공사라는 썰물로 인해 흔적을 다시 드러내는 듯 하다.
* 창제작을 통해 예술·기술·사회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ACC 상호작용예술 연구개발’은 김동희의 <망루>, <해변>과 증강현실(AR)로 상호작용하는 융복합콘텐츠를 개발해 작품과 관객이 심리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관람자는 <망루>를 기점으로 <해변>을 배회하거나 머물며 각자만의 동선을 만든다. 자신의 동선과 다른 관람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다. 각자의 동선을 이미지로 공유할 수 있고, 직접 공유한 이미지나 사운드를 곳곳에서 전시 공간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일상적인 전시 공간에서 실재하는 작품과 상상력을 반영한 디지털 요소들을 함께 감상하도록 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장소의 사적인 측면을 일깨우는 공간 개입이자 가상과 실제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감각과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이다. 작가는 겹겹의 레이어처럼 시간 단위로 누적되는 관람자의 궤적들을 모아 향후 작업에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