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벽한 세계〉, 2021.
애니메이션 스틸컷, 혼합 매체, 혼합 재료, 프로젝션 매핑, 컬러, 사운드, 3분, ACC 커미션
문창환은 ‘어떤 공간을 연출하는 것’, 빈 공간에 오로지 작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행복하다. 형태가 있지만 형태가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모호한 속성과 눈에는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 시대와 우리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디지털 시대, 기술은 예술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가?’, ‘오늘날 예술가들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한다. 조각을 전공한 뒤 사진, 설치, 미디어 아트까지 영 역을 확장했고,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시도에 망설임 없이 부딪혀 왔으며, ‘한 가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변화하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다.
연의 깊이, 가벼움, 조립과 재조립, 존재, 생명
행동반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인간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집단적 성향도 내려놓은 채 살아가고 있다. 국가적 재난에 따른 모두의 이동이 멈춰지자 보이지 않던 자연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인간의 타래 속에서, 그동안 우리는 자연을 보지 못하고 그 아름다움을 지나치며 잊고 살지 않았나 싶다. 인류의 산업은 확장과 동시에 자연을 파괴하여 우리 삶을 ‘안과 밖’으로 위협하고 있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과 역으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더 커다란 폭력은 서로 맞물려 있는 듯하다. 인류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이라면 모두 자본으로 연결시켜 천연자원을 급속도로 고갈시킨다.
화려한 도심 속에 조성된 공원이나 정원의 식물들은, 인간에게 쾌적함을 주는 자연의 이미지를 인공적으로 재생산하는 목적만을 위해 소비된다. 그럼에도 인간의 편리를 위해 본래 만들어진 인공 자연의 삶은 그저 향유하면 되지만, 예술 작품에서 인공 자연을 더해 만드는 행위는 단순히 인간을 만족하는 목적만을 가지진 않는다.
팬데믹 시대로 거듭나며 사람들 간의 교류가 단절되었음은 물론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급격히 하락하였지만, 비대면 방식의 교육, 문화 활동은 급부상하여 ‘가상 공간(virtual space)’에서의 생활이 떠오르고 있다. 기술과 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이 시대는 가상이라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러한 가상 공간을 우리는 메타버스(metaverse) 라고 부른다.
는 우리가 쉽게 소비해 왔던 인공적이고 전형적인 자연의 모 습을 담아 건조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파사드에 중첩시킨다. 바닥에 투사된 영상 위의 관람객들은 하나의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된다. 콘크리트 바닥을 걷고 있는 관람객은, 소 풍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때 찾을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재생산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우리가 착취하는 자연과의 서로 폭력적인 관계를 재조립할 기회를 갖는다. 나만의 메타버스를 찾자. 미디어 아트는 전달과 매개의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즉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장소, 사람과 사물,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체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세계관이 존재한다. 예로부터 동양 사상에 근접한 이론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지해 온 사주팔자(四柱八字)가 떠오른다. 나무, 불, 흙, 쇠, 물 다섯 가지 원소로 풀이하는 사주팔자를 바탕으로, 나의 자연 풍경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그려 보면 큰 호수 위에 무수한 나무가 우거진 산맥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나만의 자연, 즉 나만의 메타버스 속에 실제 사람들이 드나듦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지금보다 “더 완벽한 세계”를 그려 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