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빛을 _ 기쁨 가득한〉, 2021.
설치를 위한 드로잉, 혼합 매체, 혼합 재료, 스테인리스 스틸, 조명, 가변크기, 달 지름 약 500cm, ACC 커미션
리경은 스펙터클한 감각적 유희 대신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철학적인 사유의 영역을 건드리는 설치 작업에서 독보적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중국, 인도, 일본 등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는, 설치, 영상, 사운드로 공간 전체를 에워싸는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유동하는 빛의 공간을 제시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전시 《라이트 평창: 백남준과 케이아트》(평창올림픽플라자 문화 ICT관)의 일환으로 백남준Ⅹ리경 2인전을 가졌고, 2014년에는 에르메스 재단의 초청으로 도쿄 메종 에르메스 르 포럼에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초대되어 개인전을 열고, 미술관 설립 이래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독일 카를스루에 ZKM, 런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 광주 비엔날레 및 부산 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등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국내 유수의 기관에서 공간을 상대로 빛과 소리를 통해 숭고함을 표현하고, 예술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달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 밝음과 원만함을 이야기한다. 부드러운 빛, 요요한 빛인 달빛은 포용하고 감싼다. 서로 어울리게 하고 녹아들게 한다. 사물들을 서로 확연하게 구분하거나 개별화하는 햇빛과는 달리, 달빛은 구별하는 빛이 아니라 융합하는 빛이다. 우리가 그 빛에서 푸근함과 은근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달빛은 어둠과 함께 있다. 달빛은 어둠을 몰아내기보다는 어둠의 일부를 밝히면서 어둠의 심지라도 되듯이 어둠 한가운데서 어둠과 함께 공존한다. 달은 그 밝음으로 인해 정화하는 힘의 상징으로 간주되었고, ‘죽음이 있는 영속하는 삶’처럼 차고 기우는 현상을 보며 재생과 생명력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예상치 못했던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우리들은 다시 차오르는 달을 바라본다. 하늘의 빛인 낮과 하늘의 어둠인 밤. 그러나 그 밤의 빛이 되는 달. 밤이 내리면, 빛이 오르고 밤의 빛인 달과 별들의 궤도가 드러나며 감각정원에서의 축제가 밝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