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도시

2023 ACC 사운드 랩 (김석준·윤지영·조예본·차미혜)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 2023.

혼합매체, 200 × 200 × 200 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장.

ACC 미디어 큐브에서 구현되는 작품과 내용적으로 연동되는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 사회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탐구하며, 식물들의 생명력, 추진력 및 상호작용과 인간의 동력, 욕구와의 연결 지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목재 컨테이너 안을 가득 메운 식물들과 잘리고 재조합된 나무뿌리 및 가지 조각들은 오랜 세월 동안 식물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마주했을 장애, 마찰, 타협, 선택의 과정을 표상한다. 식물들은 틀에 부딪히고 휘어지며, 자기 자신의 경계에 직면하거나 다른 식물들과의 생존 경쟁에 놓인다. 이 모습은 인간의 삶에 요구되는 동력, 에너지 및 상호성과 연결되며, 실제 숲의 나뭇가지, 뿌리, 잎, 흙 등을 소재로 자연 노광을 통해 제작한 고전 프린트, 시아노타입(cyanotype) 방식의 사진 설치물과 함께 시각적으로 구현된다. 한편, 작품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익사이터(exciters)와 베이스 쉐이커(shakers)를 활용하여,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협상과 충돌의 과정을 다채로운 소리로 담아내며 음향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는 이처럼 시각적 표현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음향적인 요소의 가능성을 깊이 모색하고, 청각과 시각의 유기적인 연결과 확장된 감각 경험을 시도한다. 나아가 자연과 사회, 자연물과 인공물 등 다양한 요소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관객들에게 생명력에 대한 다층적인 사유와 감각의 장소를 제공하고자 한다.

*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와 연동되는 미디어 작품은 ACC미디어큐브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쉬운 글 해설]

인간이 사는 사회와 자연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 식물이 가진 생명의 힘은 인간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나무 컨테이너 안에는 여러 식물들, 잘린 것을 다시 이은 나무뿌리, 나뭇 가지의 조각 등이 가득하다. 식물들이 오랜 세월 동안 자라면서 겪은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상처 입고, 장애물을 만나고,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식물들은 부딪히고 휘어지며 스스로의 한계를 알게 된다. 마치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것과 같다.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는 작품을 보고 듣는 경험을 모두 제공한다. 실제 나뭇가지, 뿌리, 잎, 흙 등으로 찍은 청사진*을 눈으로 보고, 나무 컨테이너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표현한 여러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양한 감각으로 작품을 관람하며 생명의 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 ACC 하늘마당 앞의 ‘미디어큐브’에서 이 작품의 내용과 이어지는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다.

*청사진(Blueprint): ‘시아노타입(Cyanotype)’이라고도 한다. 종이나 천 위에 특수한 용액을 바른 후 필름이나 물체를 올려놓고 햇빛(자외선)에 노출한다. 빛을 받은 부분은 푸른색, 빛이 닿지 않은 부분은 본래의 종이나 천의 색을 띠며 물체의 모양이 나타난다.